
단식 그리고 위고비(Fasting and Wegovy).” 한 트위터(현재 X) 사용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군살이 없고 건강해 보인다.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가 내놓은 답이다. 일론 머스크는 수개월 사이에 체중을 무려 13.6㎏(30파운드)이나 줄이면서 화제가 됐다. ‘위고비’는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021년 6월 출시한 비만 치료제 주사다.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효과 간증’이 이어지면서 위고비는 ‘셀럽들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부상했다. 미국에서 주사기 4개 한 세트 1350달러(약 180만원)로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서 68주간 고용량 위고비를 주사로 맞은 참가자들의 체중은 평균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가 56주간 임상시험에서 기록한 평균 7.5% 감량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났다. 특히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위고비는 1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돼 편의성을 높였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는 위고비의 강력한 경쟁자다. 식품의약국(FDA)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는데, 비만 치료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마운자로가 비만환자에서 22%가량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고, 출시국 확대와 비만 적응증 확대 승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운자로의 효능과 제형, 용법은 위고비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식욕 억제를 유도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급성장하고 제약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위고비 VS 마운자로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vs 일라이릴리 ‘마운자로’노보노디스크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덴마크 생물학자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1923년 설립한 회사다. 2015년을 전후로 삭센다를 선보였는데, 청소년 이상 비만 환자에게 71개국에서 쓰이고 있다. 삭센다는 지난해 매출 107억 크로네(약 2조원)를 기록했다. 현재 글로벌 전체 비만 시장(3조5000억~4조원)의 과반을 차지한다. 후속작 위고비는 2021년 성인 대상 비만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주1회 주사제로 간편하고, 평균 체중감소율이 15~20% 수준을 보이면서 삭센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바늘이 달린 마커펜처럼 생겨 복부, 허벅지, 팔 등에 스스로 주사를 놓는 방식이다. 최근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도 효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의 체중 감소 효과는 12개월간 23%다. 체중 감소 효과 20% 이상은 비만 수술과 맞먹는 수준으로, 마운자로가 의료계에 충격을 준 이유다. 특히 일라이릴리의 차기작 ‘레타트루티드’는 지난 6월 공개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투약 48주 차에 비만 환자 체중을 평 균 24.2% 줄이면서 지금까지 공개된 임상시험 데이터에서 가장 큰 감량 효과를 보였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현재 당뇨 환자만 사용할 수 있다. 비만 치료제의 시장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판 위고비와 마운자로
유행되는 주사소비의 부작용
그러나 꿈의 약처럼 보이는 비만 치료제는 이런저런 부작용이 존재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마찬가지다. 설사나 구토 등 위장관 관련 부작용부터 췌장 효소 증가·저혈압·탈모·급성 신장 손상 등의 부작용 사례도 보고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조사에 나섰을 정도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현재까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자의 급성 췌장염 보고가 400건가량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급성 췌장염은 위 뒤쪽에 있는 췌장에서 갑작스레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심한 복통이나 메스꺼움, 발열을 일으킨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특히 허가 범위를 벗어나는 처방이 많다는 점을 주목한다. 일종의 오·남용이라는 설명. 전문의약품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①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 ②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와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처방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처방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후기가 쏟아진다. 비만 치료제 관련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BMI 24인데 별일 없이 (위고비) 처방받았다” “A병원을 가면 그냥 구할 수 있다” 등의 후기와 댓글이 공유된다.
전문가들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라고 우려한다. 김신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 약(위고비)의 임상시험은 대부분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BMI 27 이상을 대상으로 설계됐고, 그 이하에서는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임상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의 처방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허양임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모든 전문의약품은 의학적 효과와 부작용이 공존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하에 처방·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